4월 22일, 전국일주 47일차.
아침의 태백은 하늘부터 무거웠다. 어젯밤 예보가 빈말은 아니었는지 골목은 젖어 있었고, 자전거도 처마 아래에서 조용히 날씨를 살피고 있었다.
구름은 산 아래까지 낮게 내려앉았다. 이런 날 억지로 출발하면 여행이 아니라 날씨와의 힘겨루기가 된다. 고민은 길었지만 결론은 짧았다. 오늘은 쉰다.
페달은 멈췄지만 배는 평소처럼 정확한 시간에 신호를 보냈다. 동네 식당에 들어가 따뜻한 국과 밥, 매콤한 제육볶음으로 속부터 데웠다.
같은 접시를 여러 번 찍은 걸 보니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오늘의 주행 로그는 비어 있어도 식사 로그만큼은 아주 성실하다.
밥을 먹고는 PC방으로 향했다. 여행 중 PC방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었다. 날씨를 확인하고, 연락을 주고받고, 몸과 장비를 잠깐 말릴 수 있는 작은 대피소였다.
창밖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날에는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 덕분에 서둘러 지나쳤을 태백의 골목도 가만히 바라볼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자전거는 아침과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거의 달리지 않았지만, 다리는 쉬었고 마음은 다시 길 쪽으로 돌아섰다.
전국일주는 매일 앞으로만 가는 일이 아니었다. 멈춰야 할 때 제대로 멈추는 일도 완주에 포함된다. 47일차의 거리는 짧았지만, 내일을 위해서는 충분히 긴 하루였다.
47일차 기록
날짜 : 2010년 4월 22일
머문 곳 : 강원도 태백
날씨 : 흐림, 젖은 길
이동 : 휴식일
오늘의 연료 : 따뜻한 밥과 제육볶음
※ 당시 글 대신 2010년 4월 22일에 남은 사진을 촬영 순서대로 엮어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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