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7일

나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가는 군대에 입대 했다.
차이점이라면 부사관으로 지원해서 입대 했다는 것
처음 군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다른것보다 정말 힘들었던건
밤만되면 부사관 고참들은 간부숙소에서 술을 마시고 얼큰히 취할 땐
후임들을 불러 탄띠로 패고 주먹으로 패고 이빨로 머리 뜯고 난리가 아니였다.
한번은 내 바로 윗고참이 술먹고 나름 대 고참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는데 얼굴에서 물이 세어나오고 있었다.
어제 맞은 부위가 하필 송곳니가 있는곳이라 구멍이 난것이였다.
한번은 대대부관으로 당직을 서고 있는데 근무를 서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간부숙소로 10초만에 뛰어오라고 협박을 하더라.
뭐 그날도 차고 있던 탄띠를 건내주고 겁나 처맞았다.
그렇게 내가 있던 대대는 자주 간부숙소에서는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주둔지가 예전 미군부대가 쓰던 주둔지라서 부대도 엄청나게 넓었는데
병사 중 한명은 자기가 귀신을 볼수 있다며 대대 울타리에 밤만 되면 미군 귀신이 나타난다고 뻥인지 사실인지 지금도 궁금한 말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1년쯤 그런생활을 계속하다가 구타 주범인 고참들이 장기를 못하고 전역하고
06년도에 GOP로 부대이동을 하면서 소초생활을 하다보니
07년도에 페바로 부대이동을 했을땐 이미 구타문화는 완전히 사라졌었다.
암튼 여차저차해서 군생활은 열심히 했다.
장기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전역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날이 올까 싶었는데 진짜 얼마 안남은 상황이 나에게도 오더라.


2009년 12월 경
퇴직금으로 무려 6백만원이 나온다고 하여
전역 하고 무얼할까 깊이 생각해봤다.
나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와 볼까?
근데 막상 갈려고 마음먹으니 도저히 안될듯 싶었다.
영어도 못하는데 가서 정말 아무것도 못하다가 거지꼴로 집에 돌아오진 않을까 싶었던거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게 한계에 도전하고 싶었다 (말이 겁나 거창하다 ㅋㅋㅋ)
체력적 정신적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것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생각해 봤다.
트래킹? 군대에서 행군에 질려서 패스!
등산? 군대에서 산을 하도 오르락 내리락 해서 패스!
그러다가 우연히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트래킹의 지루함과 달리 자전거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나름 정했던 정신적, 신체적의 한계라는 주제에도 잘 부합되는 종목과 같아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처음엔 자전거 전국일주라는 단어로 포털에 검색하여 다른 사람들이 했던 여행기들을 쭈욱 읽어보았는데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의 여행 블로그의 글들을 너무 재밌게 봤다.
여행기를 보면서 참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적혀 있었는데 나도 여행을 하면 저런걸 경험 할 수 있을까? 내심 기대가 되더라.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동물 혹은 사람과 자연 혹은 사람과 현수막 ㅋ
그 분들이 글을 너무 재미나게 쓴것도 있고.
조치원 복숭아 라는 어떤분의 여행기는 10년이 지나도 아직도 생각난다.


2010년 1, 2월 경
전역을 한달 앞두고 자전거 여행에 대해서 확실하게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에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에 가입하여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자전거로 여행하는지 연구를 했다.
짐을 어떻게 쌓을것인가 부터 잠자는 곳 선정하기, 안전하게 차도로 라이딩 하기 등등
매일 글들을 정독하며 내 미래에 여행의 바탕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좀 스무스한 여행보단 하드코어적인 여행이 나에게 어울린다 생각하여
텐트를 비롯 취사도구와 옷가지들은 꼭 가져가리라 다짐했다.


2010년 2월 24일
드디어 4년 3개월의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내가 있던 대대가 GOP로 부대이동을 하는 찰라여서 조촐히 전역을 했다.
집에오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떳을땐 정말 적응이 안됬다.
눈을 뜨면 군복을 갈아 입고 어느때와 같이 행정반으로 출근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할 거 같은데 아무것도 할게 없다.
멍했다.
기분도 그렇게 상쾌하고 좋지 않더라. 막상 전역하면 하루하루가 행복할것만 같았는데..
그래서 자전거 사러 갔다. 전역 전에 생각했던걸 바로 실행해 버려야 할거 같았다.
자전거에 대해서 전역 전에 많이 고민했었다.
로드냐 MTB냐!?
근데 역시 전국일주할때는 MTB가 제격인듯 했다. 좋은 길만 가진 않을거 같았기 때문이다.
내 별명이 꼬녕일 이닌까 이녀석은 꼬녕이라고 별명을 지어 주었다.(1, 2)
자전거를 사와서 처음 한것은 앞바퀴 쪽에 텐트와 침낭을 올려놓을 수 있게 본래는 뒷자리 짐 놓는 용도로 나온 짐받이? 인데 직접 개조해서 앞에다가 매달았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자전거 전국일주 아이템중 가장 걸작이라 생각된다.
자전거도 사고 자전거 타는 연습도 열심히 하고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자전거 여행 아이템을 구입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여행을 하나하나 실현해 갔다.
실현은 해나가고 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도대체 언제 출발할까?
준비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은데 떠나는 첫 발 정하기 참 힘들더라.
특히나 3월 초는 너무 추워!
내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느껴보고자 3개월간 준비했던 자전거 전국일주의
첫 발, 첫 시작은 그렇게 고민끝에 정해졌다.





두둥.
2010년 3월 7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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