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녕의 자전거 전국일주 49일차] 삼마치재를 넘어 홍천 12km 앞까지

안개 속 출발, 속도계는 23.2

2010년 4월 24일. 텐트 밖으로 나오니 산 쪽에 안개가 낮게 걸려 있었다. 밤새 눅눅해진 천을 털고 짐을 다시 나눠 실었다. 출발할 때마다 짐의 자리는 조금씩 정확해지고, 몸은 조금씩 느려지는 듯했다.

49일차 아침 야영지
밤을 지켜준 텐트를 걷었다. 매일 아침 집을 접어 짐받이에 싣는 일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49일차 속도계
속도계에는 시속 23.2km가 찍혔다. 몸이 풀리는 듯했지만 숫자를 믿고 들뜨기엔 산길이 너무 가까웠다.

초반에는 자전거가 가볍게 굴렀다. 하지만 안개 너머로 산길이 이어지는 것이 보였다. 시내를 벗어나자 곧 산길이 시작됐다.

안개 낀 산길
안개가 얹힌 산길로 들어섰다. 도로 끝이 흐릿할수록 눈앞의 흰 선을 더 차분히 따라갔다.

오르막차로와 터널이 이어졌다

오르막차로 표지와 터널이 번갈아 나타났다. 자동차가 힘을 모으는 구간이라면, 짐을 가득 실은 자전거는 낮은 기어로 천천히 올라야 했다. 속도를 재촉하지 않고 숨이 무너지지 않는 리듬으로 올랐다.

오르막차로 시작
오르막차로가 시작됐다. 자동차에는 추월 공간이지만 자전거에는 긴 인내 구간이었다.
산길과 터널
터널과 굽은 길이 차례로 나타났다. 산은 길을 곧게 내어주지 않고 한 번씩 방향을 틀어 시험했다.

고개 중간에서 작은 물줄기를 발견했다. 거창한 폭포는 아니었지만 메마른 비탈을 가르며 흐르는 물이 꽤 시원하게 들렸다. 물소리를 핑계 삼아 잠시 서서 굳은 어깨를 풀었다.

산비탈 물줄기
비탈을 타고 흐르는 작은 물줄기. 잠시 멈춰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숨이 한결 고르게 돌아왔다.
이어지는 오르막
다시 이어진 오르막. ‘이번만 넘으면’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썼지만 고개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산길에서는 ‘얼마나 빨리’보다 ‘계속 움직이는가’가 더 중요했다. 오늘도 빠르지는 않았지만 멈춘 채로 끝내지는 않았다.

홍천 12km, 가까워진 익숙한 이름

오후가 되자 안개가 걷히고 길의 표정이 선명해졌다. 차가 드문 구간을 지나며 체인과 브레이크, 짐끈을 차례로 확인했다. 어제의 펑크를 겪고 나니 작은 진동에도 귀가 먼저 반응했다.

차 드문 산길
차가 드문 구간에서는 자전거의 체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차가 드문 길에서 체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자전거 점검
길가에서 짐과 타이어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산길에서는 작은 이상도 미리 살피는 편이 결국 가장 빠르다.

도로 표지판에 홍천 12km가 보였다. 전국일주 막바지에 익숙한 수도권 인근 지명이 등장하자, 멀리 떠나온 길이 이제 집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천 홍천 방향 표지판
화천 84km, 홍천 12km 표지판. 멀리 있는 지명과 가까워진 지명이 한 화면에 함께 들어왔다.

삼마치재 460m와 저녁의 선택

하루의 마지막 고비는 삼마치재였다. 해발 460m라는 숫자만 보면 두문동재보다 낮지만, 전날부터 피로를 쌓아온 다리에는 결코 가벼운 고개가 아니었다. 정상 표지 앞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지나온 방향을 돌아봤다.

삼마치재 정상 460미터
삼마치재 정상 해발 460m. 높은 숫자는 아니어도 하루 종일 쌓인 오르막 끝이라 반가움은 충분했다.
저녁 무렵 도로
빛이 기울기 시작했다. 남은 거리를 욕심내기보다 야영할 평평한 자리를 찾기로 했다.

빛이 빠르게 줄어들어 더 이동하는 대신 야영할 곳을 찾았다. 건물 뒤편의 평평한 자리를 골라 텐트를 세우고 자전거를 가까이 붙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늘 밤을 안전하게 접어둘 수 있는 자리였다.

49일차 건물 뒤 야영
건물 뒤편에 텐트를 세웠다. 전망은 소박했지만 바람을 피하고 밤을 보내기에는 훌륭한 한 칸이었다.
안개, 오르막차로, 삼마치재. 하루가 길었던 만큼 텐트 지퍼를 닫는 소리도 유난히 편안했다.

50일차 — 오르막을 지나 팥빙수로 하루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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