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출발, 속도계는 23.2
2010년 4월 24일. 텐트 밖으로 나오니 산 쪽에 안개가 낮게 걸려 있었다. 밤새 눅눅해진 천을 털고 짐을 다시 나눠 실었다. 출발할 때마다 짐의 자리는 조금씩 정확해지고, 몸은 조금씩 느려지는 듯했다.
초반에는 자전거가 가볍게 굴렀다. 하지만 안개 너머로 산길이 이어지는 것이 보였다. 시내를 벗어나자 곧 산길이 시작됐다.
오르막차로와 터널이 이어졌다
오르막차로 표지와 터널이 번갈아 나타났다. 자동차가 힘을 모으는 구간이라면, 짐을 가득 실은 자전거는 낮은 기어로 천천히 올라야 했다. 속도를 재촉하지 않고 숨이 무너지지 않는 리듬으로 올랐다.
고개 중간에서 작은 물줄기를 발견했다. 거창한 폭포는 아니었지만 메마른 비탈을 가르며 흐르는 물이 꽤 시원하게 들렸다. 물소리를 핑계 삼아 잠시 서서 굳은 어깨를 풀었다.
산길에서는 ‘얼마나 빨리’보다 ‘계속 움직이는가’가 더 중요했다. 오늘도 빠르지는 않았지만 멈춘 채로 끝내지는 않았다.
홍천 12km, 가까워진 익숙한 이름
오후가 되자 안개가 걷히고 길의 표정이 선명해졌다. 차가 드문 구간을 지나며 체인과 브레이크, 짐끈을 차례로 확인했다. 어제의 펑크를 겪고 나니 작은 진동에도 귀가 먼저 반응했다.
도로 표지판에 홍천 12km가 보였다. 전국일주 막바지에 익숙한 수도권 인근 지명이 등장하자, 멀리 떠나온 길이 이제 집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삼마치재 460m와 저녁의 선택
하루의 마지막 고비는 삼마치재였다. 해발 460m라는 숫자만 보면 두문동재보다 낮지만, 전날부터 피로를 쌓아온 다리에는 결코 가벼운 고개가 아니었다. 정상 표지 앞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지나온 방향을 돌아봤다.
빛이 빠르게 줄어들어 더 이동하는 대신 야영할 곳을 찾았다. 건물 뒤편의 평평한 자리를 골라 텐트를 세우고 자전거를 가까이 붙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늘 밤을 안전하게 접어둘 수 있는 자리였다.
안개, 오르막차로, 삼마치재. 하루가 길었던 만큼 텐트 지퍼를 닫는 소리도 유난히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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