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제주로
21일차.
오늘은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날이다.
날씨는…? 평소와는 다르게 아주 좋다!
여객 터미널에서 예약했던 표를 사고 잠시 대기했다.
자전거를 싣는 사람은 몇몇 보였지만, 나처럼 짐이 많은 자전거는 꼬녕2뿐이었다.
셀카는 침착하게 실패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다. 여객터미널에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
짐이 많아 짐 정리 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용객이 많이 없었으면 해서 주말을 피해서 가려고 했지만 부모님 뵙는다고 주말을 택했다.
그중에 mt를 왔는지 놀러왔는지 모르겠지만 술을 박스채로 가지고 다니는 무리들이 내 앞을 지나간다.
그 광경을 보니 외로움이 조용히 다시 올라왔다.
표를 내고 배로 이동 중.
화물칸에 묶인 꼬녕2
먼저 나는 자전거를 가지고 탑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물칸으로 이동해 꼬녕2를 실어야 한다.
꼬녕2는 이렇게 묶어 놓았다.
직원 아저씨가 자전거 넘어진다고 배에 달려 있는 고정끈으로 묶어 주셨다.
그리고 꼬녕2는 여기다 두고.
화물칸에서 나와 배에 탑승을 한다.
출발이다!
이동식 마을회관 같은 여객선
배라면 유람선은 타봤지만 여객선은 처음이다.
배멀미가 걱정됐지만 배가 크니 괜찮을 것 같았다. 이 판단은 오래가지 못 했다.
배 안은 이미 약주와 고스톱, 노래가 맡고 있었다. 교통수단이라기보다 이동식 마을회관에 가까웠다.
나도 조용히 빠질 수 없어 맥주 한 캔을 샀다.
배 안에서 다시 만난 여행의 문장
구절이 너무 와닿아서 찍어봤다.
가는데 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내 자전거 전국일주 모토와 너무 잘 어울리는것 같다.
그리고 점심겸으로 컵라면을 사 먹었다.
남해 한가운데서 올라온 멀미
밖에 나와서 아름다운 남해바다도 구경했다.
그런데 바다 한가운데 있으니까 좀 뭐랄까… 약간의 공포심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나는 겁이 참 많다.
좀 있다보니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멀미끼가 올라온다.
결국 빈자리를 찾아 조용히 누웠다.
중간정도 가니 핸드폰 통신도 끊겨버렸다.
바다 한가운데서 무선인터넷을 찾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세 시간 뒤, 처음 만난 제주
그렇게 3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드디어 제주도가 보인다.
나의 첫 제주도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었다.
육지에서 제주도로 가는 방법은 다양한데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목포, 완도, 부산항에서도 배를 이용해 제주도를 갈 수 있다.
완도항에서 타는게 제일 빠르게 가고 목포는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며 부산은 12시간 걸린다고 한다.
부산에서 배 타고 제주도를 가면 밤바다 밖에 볼 수가 없다고.
배에 내려서 화물칸에서 꼬녕2를 받은 뒤 제주도 시내를 달린다.
제주 첫 목적지는 용두암
제주도에 뭐 딱히 어떤 루트로 달릴건지는 정해 놓지 않아서 일단 서쪽으로 가본다.
제주도를 도착해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용두암이다.
바위가 용머리를 닮아 용두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네.
전설에는 용이 승천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멋있어서 셀카!
자전거 여행 하면서 한 가지 숙련된것중 하나가 삼각대가 없으니 구조물을 이용해 셀카를 찍는 스킬이다.
보통 꼬녕2를 안장에 올려놓고 구도를 잡고 찍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시설물들을 이용해서 찍는다.
뭐 나름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진다.
비행기 날아다니는걸 이렇게 가까이 보는 것도 처음이다.
서쪽으로 먼저 돌자고 했던 나의 판단에 마구마구 칭찬을 했다.
어딜 가든 그림이잖아!?
사실 제주도 와본것도 처음이라 모든 게 새롭다.
이 바다 건너엔 육지도 있고 중국도 있고 일본도 있다 이거지?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지리 공부부터 했다. 여행은 때때로 현장학습이 된다.
제주의 두 번째 환영은 펑크였다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리던 순간, 뒷바퀴가 다시 펑크 났다. 제주도의 첫 환영은 바다였고, 두 번째는 펑크였다.
펑크패치를 붙이고 있는데 자전거 라이더 무리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나에게 무슨일 있냐고 물어본다.
"펑크가 나서요😅".
"펑크 패치 없어요?".
"아뇨 지금 펑크패치 붙이고 있는 중이에요 감사합니다".
"아 그러시구나… 다시 출발합시다… ".
펑크를 다 때우고. 다시 출발! 하기전에 정육점이 있어서 흑돼지 600g을 산다.
완도에 머물때 제주도에서 뭘 해보는 게 좋을까 하다가 꼭 해보고 싶은게 있었다.
그 계획은 저녁에 공개하기로 했다.
3월 말, 유채꽃이 가득한 해안도로
제주도는 3월 말. 항상 봄이라 유채꽃이 한창이었다. 진짜 시간 제대로 맞춰 온 듯!
날씨는 그래도 좀 춥지만… 유채꽃이 만발했다.
이호해수욕장에서 처음 만든 진짜 캠프
그리고 이호해수욕장 뒤쪽 캠핑장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도착했다.
짜잔!
바다와 숲 사이, 제대로 된 캠핑 자리를 잡았다.
처음으로 텐트에 못도 박았다. 진짜 텐트폼난다.
오늘은 지금까지 여행 중 진짜 제대로 된 캠핑을 할 것 같다.
여든 개 나라를 다닌 스님
텐트를 다 치고 주변 분위기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나에게 오셨다.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스님 말씀으로는 자신이 아마 한국에 스님 중에 가장 여행을 많이 다닌 스님이라 하신다. 80여 개국을 돌아다니셨다고.
그리곤 다음주에도 제주도에 있을 거냐며 다음주 중으로 한 번 자신의 집에서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하룻밤 묵고 가라 하신다.
그렇게 약속하고 주지스님은 발길을 옮기신다.
바다 앞 혼자만의 흑돼지 파티
그리고 나는?
혼자 여는 삼겹살 파티를 준비했다.
바닷가 앞이라 바람이 워낙 불어서 버너를 텐트로 살짝 막았다.
제주 흑돼지를 턱! 올려서.
지글지글.
프라이팬이 없어서 코펠 뚜껑을 프라이팬 대용으로 쓴다.
그래도 잘 구워지긴 한다… 아주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혼자 여는 조용하고 신나는 삼겹살 파티였다.
눈앞에는 바다가 있고 뒤에는 숲이 있고 머리 위에는 푸른 하늘이 있었다. 그리고 땅에서는 흑돼지가 익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코펠 뚜껑과 비상용 쪽가위의 활약
고기를 자를 도구가 없어 비상용 쪽가위를 꺼냈다. 챙겨 올 때는 과하다 싶었는데, 고기 앞에서는 선견지명이 됐다.
고기 한 점에 술 한잔 크…
코펠 뚜껑은 점점 검어졌다.
아주머니, 불판 좀 갈아주세요.
네!
이런 기분에 술이 빠질수 없죠. 술 이름을 까먹었는데… 복분자주였나. 뭐더라… 완도터미널에서 있길래 사온건데…
아무튼 40도 짜리다… 죽이네…
다음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소주 한라산… 육지에 있는 소주보다 독하다. 도수가 21도였나…
그리고 처음 알았다. 제주도에서는 소주를 미지근하게 마신다.
같이 드실라우?
결론부터 말하면 꽤 취했다.
해가 지고, 친구가 찾아오고
바닷가에서 개와 함께 원반던지기를 하는 사람도 보인다.
아 이게 바로 여유고 낭만이다 너무 좋네.
그런데 3월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유와 용기는 종종 구분하기 어렵다.
해가 떨어졌다. 이때까지 술을 마셨는데 40도짜리 술, 한라산1병 맥주 긴캔 3개를 마셨다.
술기운에 기분도 좋고 앞으로의 제주도 일정 기대된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
그리고 밤 11시 쯤이었나 쿨쿨 자고 있는데 제주도에 사는 성직이가 텐트를 찾아왔다.
곧 보기로.
20.90km, 제주 첫날을 흑돼지와 바다로 열다
주행거리 : 20.90km
평균속도 : 10.9km
최고속도 : 30.8km
총 주행거리 : 1162.0km
최초작성일 - 2010.06.26 02:19
1차 수정일 - 2019.05.28
블로거이동 - 2020.01.2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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